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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212에서 놀기엔 너무 꽉 찬 피플스 챔피언, 하디 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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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몸을 갖고도 대회를 뛰지 못하는 보디빌더가 있다. '페르시안 울프'라는 별명을 가진 이란의 하디추판이라는 선수인데, 국적이 이란이라서 미국 비자가 나오질 않아, 그동안 미국에서 열리는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었다. 이 선수는 212파운드 체급에서 세계 최고의 몸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고 있으나, 미국 외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만 출전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열리는, 실제 그 체급의 월드컵 격의 대회인 올림피아 212에서는 플렉스 루이스가 왕좌를 차지하는 모습을 바다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었다. 예전에 김준호 선수가 하도 대회를 안뛰니까 누군가가 '변방의 몸좋은 사람'이라고 혹평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디추판도 딱 그런 경우였다. 보디빌더는 무대에서 비교심사로 증명을 해야하는데, 그걸 못하니 본인도 답답했을 것이다.

 

 

 

 

추판은 2011년부터 이란 내셔널 보디빌딩 팀 소속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아왔고, 2017년에 프로 제조기인 하니램보드를 만나면서 꽃을 피우게 된다. 2017년 올림피아 아마추어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프로대회 3개 중 2개 우승, 2019년 밴쿠버 프로 우승 등,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만 빼고는 최상위권의 성적을 보여왔다. 그는 이란의 시라즈에 근거지를 두고 운동은 쿠웨이트의 옥시즌짐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충제는 역시나 하니램보드가 설립한 회사 EVOGEN을 섭취하며, 팀 EVOGEN 크루로 운동을 하고 있다. 

 

 

 

 

암튼 그러던 그가 드디어 2019년에 극적으로 미국 비자를 획득해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올림피아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보디빌딩 팬들의 염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런데 평소 100kg를 약간 상회하는 212 체격의 하디추판이 212가 아닌, 오픈 체급을 뛴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212의 '공식' 1위인 플렉스 루이스와 '비공식'1위인 하디추판이 붙으면 과연 누가 이길까가 팬들의 관심사였는데, 추판은 그걸 뒤로하고 그냥 월장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2017년 한국에서 열린 AGP에서 둘이 붙은 적이 있는데, 플렉스가 1위, 하디가 2위를 했었다. 호각세였고,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우승자 프리미엄이 있는 것이 보디빌딩이라는 종목이라, 근소한 차이로 플렉스가 하디를 이겼었다. (아직도 결과에 논란이 많은 대회다.) 그런데 지금은 하디 추판이 또 한번 진화를 거듭한 시점이다. 지금 다시 붙었을 때 과연 그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추판에게는 이번 시합을 준비하면서 '212는 이미 내가 짱이고 오픈에서 증명할께' 라는 마인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 자만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하디추판의 벌크는 시합체중 212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꽉꽉 차 있는 건 사실은 사실이다. 그래서 솔직히 플렉스 루이스도 대단한 보디빌더인 것은 맞지만, 플렉스와 다시 붙으면 추판이 근소하게나마 이길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전성기의 둘이 한 무대에 서는 걸 보고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렇게 그런 대결 뒤로하고 바로 오픈으로 가는 추판의 그 깡이 대단한 거라고 본다.

 

 

 

 

(여담 - 개인적으로 플렉스가 우세한 건 팔과 하체 후면, 볼륨감 등이고 추판은 어깨와 등, 하체, 복근 같은 부분이 좋다. 그래서 한 두 부위 정도는 플렉스가 좋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비교시엔 추판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본다. 플렉스의 좁은 프레임으로 추판을 이기려면 필히스정도로 근육을 때려넣어야하는데, 아무리 플렉스가 212에서 대단한 빌더이긴 해도 그렇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막상 올림피아 무대에 선 하디추판의 몸은 사이즈와 근질도 좋았지만, 요즘 보디빌더 치고 컨디셔닝이 매우 뛰어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컨디셔닝은 2019 올림피아 출전자 중 윌리엄 보낙과 더불어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사실 2019년은 보낙이 모든 면에서 제일 좋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큰 벌크에도 불구하고 베큠이 가능할 정도의 복부 컨트롤을 보여주는 등, 심미적인 면에서도 좋은 모습이었다. 결과는 오픈체급 3위. 첫 도전한 올림피아에 3위라니... 87년생으로 33살인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의 행보가 정말 기대되는 선수다. 게다가 워낙 오랫동안 팬들이 기다려와서 팬도 많다. 이번에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피플스 챔피언' 상도 수상을 했다. (추판은 이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한게, 이 챔피언 벨트를 들고 찍은 사진이 매우 많다) 이 상은 작년에는 롤리 윈클라가 받았었다. 이 상은 몸도 좋고 개성도 있는, 한마디로 요즘 '대세'인 선수가 받는 상이다.

 

 

 

 

미국 비자가 이번에는 잘 나와서 미국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룬 하디추판이지만, 2020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스겟소리로 212 체급에서는 플렉스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비자와 경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국적 문제만 아니라면 그의 몸 상태는 현재 절정으로 보인다. 한편 플렉스도 2020년에는 212에서의 양민학살은 정리하고, 오픈체급에 나온다고 하는데 정말 2020년에 둘이 붙는 모습도 보고 싶고, 하디추판이 작년 3위에 이어 올해 몇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기도 하다. 이러한 관전 포인트 때문이라도, 코로나이긴 하지만 무관중으로라도 올해 올림피아가 꼭 열려야만 할 것이다. 

 

 

[사진출처 : 하디추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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