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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꽃중년] #5. 전 UFC CEO, 'Mr.라스베가스'로렌조 퍼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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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MMA의 중심인 미국에서 명실상부 1위의 격투기 단체는 UFC이다. 1993년 설립된 UFC는 '무규칙 격투기'라는 모토로, 초기에는 스포츠 단체라기보다는 실전에 가까운, 그야말로 싸움판과 다를바 없는 단체였다. 아무래도 '무규칙' 격투단체를 표방하다보니, 경기도중 다소 과격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고, 이 때문에 미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점 때문에 UFC는 일부 매니아들만이 존재했고, 바다 건너 일본의 프라이드라는 격투기 단체는 일본 내에서는 지상파에 송출될 정도로 성장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격투기 선수들은 일본으로 넘어가고 UFC는 문을 닫을 처지에 놓여있었다. 이 때, 쓰러져가던 UFC를 인수해 이를 오늘날 WWE에 맞먹는 거대 스포츠 단체로 만든 장본인이 있는데, 그는 바로 'Mr.라스베가스', 전 UFC의 CEO, 로렌조 퍼티타라는 인물이다.

 

 

 
1969년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태어난 로렌조 퍼티타는 카지노를 경영하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현재까지도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와 리조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라스베가스 토박이다. 현재는 UFC의 CEO직에서 내려와 본업인 카지노에 열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UFC와 종합격투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UFC는 사장인 데이나 화이트가 전면에 나서 각종 미디어 인터뷰와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실제 중요한 의사결정은 로렌조 퍼티타로부터 많이 이루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인물인 데이나 화이트에 비해 로렌조 퍼티타는 상대적으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규모가 큰 대회가 열릴 때는 케이지 위에까지도 모습을 자주 드러내곤 하며, 가끔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데이나 화이트와는 학창시절 친구로 알려져 있는데, 20억에 UFC를 인수하면서 현재 이를 4조원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매각하기까지, 꾸준히 데이나를 믿고 그의 경영 활동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데이나가 지르고 로렌조가 수습하는 그런 형국인데, 그 둘의 리더십이 잘 조화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로렌조 퍼티타는 독재자 스타일의 리더가 아닌, 알게 모르게 뒤에서 지원하는 '츤데레' 스타일의 리더였던 것으로 보인다.

 

 

 
20억짜리 기업을 2천배의 가치로 키워내 포브스지에도 실렸으니, 그의 경영 능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자는 그를 라스베가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업가라고도 한다. 이렇듯, 그의 경영 능력만 보면 그가 성공한 사업가인 것은 확실히 알겠는데, 그게 꽃중년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로렌조 퍼티타는 일반적인 경영자가 풍기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란 중후하면서도 강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그런 점이 50이 훌쩍 넘은 이 라스베가스 기업가를 꽃중년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누가 선수고 누가 회장인지...

 

 
그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는데, 그가 탈의한 모습이 사진으로 노출된 적은 없지만, 간혹 미디어에 살짝 노출되는 그의 팔뚝은 UFC의 그 어느 현역 선수들보다도 더 굵고 우람하다.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사진 중에 비토벨포트를 왜소하게 만드는 사진과 유라이어 페이버를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리는 사진은 꽤 유명하다. 그는 170 정도로 추정될 만큼 키가 결코 크지는 않은 편인데, 워낙 상체 근육이 좋고 리치도 꽤 긴 편이라, 헤비급 MMA 선수들과 나란히 서있어도 결코 작아보이지가 않는다.

 

 

 
보통 그런 근육질 몸을 가진 사람들은 옷을 잘 입기가 힘든데, 이 기업가는 자기 몸에 잘 맞춰진 옷들을 꽤나 절제된 스타일로 입기 때문에, 우락부락한 몸에도 불구하고 입는 옷을 멋지게 소화한다. 그가 돈이 많아서 비싼 옷을 사입기 때문에 당연히 멋있을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사실 패션 센스와 돈은 별개의 문제다. 비싼 옷 보다는 자기의 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고, 그보다는 자신이 어떤 모습일 때 가장 멋있을지를 알고 있는 게 더욱 중요하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돈 많은 CEO 중에서 정말 멋있다고 감탄할 만한 인물이 누가 떠오르는가?(정용진?) 비싸고 좋은 옷 그 자체보다는 그걸 소화할 수 있는 패션 센스가 중요한 것이고, 기본 아이템만으로도 멋을 풍기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이 반백살의 전 UFC CEO가 중년의 나이에도 멋을 풍기는 건 자기의 몸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미지를 잘 알고 이를 표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 종사자인 데이나 화이트만 봐도, 훌륭한 몸에 큰 키를 갖고 있지만, 패션 센스는 제로에 가깝다. 항상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는 그에게서 그보다 10cm는 족히 작을 법한 로렌조에게서 느껴지는 중후한 멋과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옷에만 집중 집중

 

 
이런 로렌조 퍼티타의 패션 스타일을 자세히 보면, 기본적으로 중년 남성이 입어야 할 옷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몸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듯 재단된 수트, 노타이 셔츠와 재킷, 그리고 과하지 않은 핏의 피케 셔츠 등을 주로 입는데, 일반적인 남자라면 누구나 입는 평범한 스타일의 옷이지만, 그가 입으면 굉장히 세련되어 보인다.

 

 

 
특이한 점은 칼라가 크고 긴 셔츠를 주로 입는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본인의 두꺼운 목 사이즈를 고려한 듯 하고, 높은 칼라가 주는 클래식함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CEO라는 자신의 지위를 고려하여, 보수적인 이미지를 주고자 한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타이는 매듭을 크게 매는 편인데, 칼라가 크다보니 그에 맞춰 매듭도 크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수트를 입었을 때 브이존이 상당히 크고 강해 보인다. 그리고 자켓은 블루 계열의 스트라이프나 체크 패턴이 있는 것들을 즐겨 입는데, 그의 우람한 상체가 화려한 수트를 만나다보니, 상반신이 많이 부각이 된다. 크고 강렬한 브이존과 화려한 패턴의 자켓은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그래서 그는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트를 입었을 때 작아보이지 않는 패션 센스를 보여준다.

 

 

 
캐주얼 차림으로는 부드럽게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케 셔츠를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너무 타이트하지도, 루즈하지도 않은 핏으로 입기 때문에 그의 큰 근육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보인다. 뭔가가 보일듯 말듯한 핏이라고 해야할까? 절제가 잘 된 핏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도 전체적인 조화에 중점을 맞춘 착장으로 보인다. 어깨는 루즈하게, 허리는 살짝 타이트하게 하면서 굵은 팔뚝은 노출하는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이다.

 

 

 

 
이렇듯 로렌조 퍼티타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만 가지고도 중후한 멋을 풍길 줄 아는 남자다. 바로 이점 때문에 여느 다른 기업인과 다르게 로렌조 퍼티타가 꽃중년인게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꽃중년들을 보고 있자면, 그저 겉으로만 멋이 있는게 아닌, 꽉 찬 내면에서 보여지는 멋이 외면과 더해졌을 때 훨씬 더 멋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가 걸어온 길,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것들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꽃중년이 완성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Mr. 라스베가스' 로렌조 퍼티타의 걸어온 길과 그의 외면의 이미지들은 정말이지 이에 완벽히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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