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생 영국 출생의 영화배우. 금발의 M자 이마에 결코 미남이라고 할 수는 없는 얼굴이지만 웃을 때 보조개가 들어가는 매력남. 넓은 어깨와 실전형(?) 근육으로 수트에 최적화된 몸을 소유한 남자. 역대 6번째 제임스 본드 역할을 소화하고 있으며, 그가 나온 007 영화를 '수트포르노'라고 불리우게 하는 간지남. 그의 이름은 바로 다니엘 크레이그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겠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007의 카지노 로얄이라는 영화에서일 것이다. 이 새로운 007 영화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그동안의 바람둥이 스타일의 본드보다는 조금 더 실전적인 액션이 가미된 진짜 첩보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제임스본드라면 나에게는 숀코너리와 피어스 브로스넌과 같이, 능글맞고 잘생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다른 첩보물 주인공과는 다소 다른 본드만의 특징이 조금은 희석된 느낌이 있어서, 나도 처음에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멋있게 보지는 않았다. 수트를 엄청 잘 입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첫 작품인 카지노 로얄에서 나름 브리오니 등 좋은 수트를 입고 나왔음에도 조금은 루즈한 일자핏의 정장을 입어서 그런지 엄청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냉철한 첩보원 이미지만 보여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다음의 영화인 퀀텀 오브 솔러스부터 이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은 다니엘을 다시 보게되었다. 워낙 몸도 좋고 옷걸이가 좋은 양반이라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정장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줄은 솔직히 몰랐다. 아마 이 때부터 다니엘 크레이그의 수트핏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이때부터 처음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본드 역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반대 청원자들까지도 많이 돌아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격적으로 톰포드에서 수트를 공급받아 입기 시작했다. 딱 이 퀀텀오브솔러스에서 입었던 수트가 톰포드 특유의 화려함과 클래식함이 적절히 섞여서 아주 군더더기없는 수트가 완성되었던 것 같다.
사실 '수트 포르노'라고 하며 다니엘을 '꽃중년', 또는 '수트간지남'으로 불리우게끔 한 작품은 그 다음 작품인 007 스카이폴 에서부터였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수트는 솔직히 너무 슬림한 핏으로, 예쁜 핏은 맞지만, 클래식하다거나 수트의 기본과는 많이 벗어난 스타일이어서, 대중들의 인기와는 별개로 나에게는 그저 그런 수트였다. 워낙 다니엘이 몸이 좋고 수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잘 소화하기는 했지만, 카지노 로얄의 수트는 지나친 스키니핏으로,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나 입을 법한 트렌디한 수트였다. 물론 이것도 멋있기는 멋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퀀텀오브솔러스.. 수트 착장의 교과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이후에도 나오는 007 영화마다 다니엘은 톰포드와 함께 수트를 입었고, 입는 수트마다 화제에 오르고는 했고, 이제는 확연히 다니엘 크레이그 하면 수트가 연관 검색이 될 정도로 수트를 잘 입는 남자로 각인이 되었다.
그런데 사복 패션도 괜찮게 입는 편이다. 워낙 수트를 맛깔나게 잘 소화해서 사복 입는 게 조금 묻히는 감이 있지만, 캐주얼한 차림도 어느정도는 포멀하게 점잖게 잘 입는 편이다. 간혹 청바지에 구두나 워커를 매칭하는 등, 약간은 아재스러운 패션도 하곤 하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아이템인 코트나 셔츠로 코디를 하다보니, 일반인들도 잘 따라할 수 있는 패션을 잘 보여준다.
이제는 나이도 50이 훌쩍 넘은 나이라, 이번 007 영화가 그의 제임스본드 역할로서는 마지막이 되는데, 이제 더 이상 꽃중년의 수트간지남 본드는 없지만, 그래도 자주 좀 정장 입고 나오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꾸준히 몸관리도 잘 해서 옷걸이에 맞게 좋은 핏을 계속 보여주면서, 꽃중년 수트의 정석을 계속 보여주었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출처 : 다니엘 크레이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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