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생의 이탈리아 남자. 패션잡지 레옹의 표지모델을 10년 넘게 하고 있으며,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레옹족'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 일본에서 거주하며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으며, 한국과는 대기업의 패션브랜드와 몇 차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인연이 있는 인물. 오늘 소개할 이 남자의 이름은 '지롤라모 판체타'이다.
이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에는 골기퍼 포지션을 맡으면서 축구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많은 이탈리아 출신 유명인들에게 축구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방송인 알베르토도 어린시절 축구선수였었다고 하니, 역시 축구 강국 출신 답다. 그러다가 건축 공부도 하고 경제학 공부도 하는 등, 패션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지상파 이탈리아어 프로그램에 섭외되어 강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 별도의 스타일리스트가 없어서 본인이 스스로 옷을 코디해 입고 나왔는데, 이게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에서 지롤라모의 패션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걸 계기로 일본 중년남성들을 위한 패션 라이프 잡지인 레옹에도 실리게 되고, 그때부터 거의 10년넘게 잡지의 메인 표지모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건 기네스북에도 실렸다고 하니, 참 대단하긴 하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변함없이 프레쉬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내가 알기로 두 차례의 공식적인 인연이 있었는데, LG 패션의 일꼬르소와 함께 지롤라모 스타일의 남성복 라인을 런칭했었고, 최근 신세계와 쇼앤텔이라는 편집샵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었다. (신세계 정용진이 레옹지 애독자라고 함) 그러나 한국에서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스타일이 일본에서는 먹히지만, 한국 남성들에게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대체 어떤 요소 때문에 그렇게 지롤라모 판체타의 스타일을 유명하게 했을까? 나는 그 요인이 그의 마인드에 있다고 본다.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그는 여전히 위트있고 화려한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다. 그의 전매특허인 살짝 걸쳐입은 배기핏의 턴업 팬츠와 화려한 무늬의 자켓, 그리고 위트있는 스니커즈는 그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옷을 입는지 짐작케 한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들었다고 스스로 느끼면서 어린시절의 화려했던 자아를 자꾸만 감추려는 경향이 있는데, 지롤라모는 다르다. 그는 어린시절 튀고 싶었던 그 어린 꼬마의 모습을 소환해서 최대한 표현한다. 다만 연륜이 더해져서 유치하지 않고 고급스럽게 표현한다.
나도 따라서 구매했던 아틀란틱 스타즈의 스니커즈가 대표적이다. 별 모양의 로고가 박혀있는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데, 전체적으로 댄디한 느낌의 수트 차림에 이런 위트있는 스니커즈를 매칭함으로서 너무 정돈될 수 있는 느낌에 포인트를 주어, 전체적인 느낌을 중화시켜준다. 이런게 연륜이 아닐까 싶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수트+스니커즈의 느낌과는 또 다른 조금 더 캐주얼하고 익살맞은 느낌을 보인다.
그리고 마인드와 더불어 인생 자체를 참 품위있고 자유롭게 살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직업을 소개할 때면, 모델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건축가, 어학강사, 요리사,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자유분방하고 품격있는 직업군이 패션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그의 패션을 넘어서서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은 정말로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한국에는 아직 일본에서만큼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긴 한데, 더 나이먹기전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꽃중년'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 꽃할배의 지롤라모 판체타도 좋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꽃중년인 레옹 모델로서의 지롤라모 판체타를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모든 사진 출처 : 지롤라모 판체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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