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가 운동, 특히 보디빌딩이다보니 운동 유튜버들이 올리는 헬스 영상들을 자주 보는 편이다. 확실히 유튜브가 대세이기는 한 것이, 국내 레전드 보디빌더인 강경원, 김준호, 김명섭 선수마저도 50이 다 되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구독 좋아요를 열심히 외치며 운동 영상들을 업로드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이분들 보려면 코치아카데미로 찾아가거나, 이분들 고향인 인천, 대구로 직접 찾아가야 했는데.. 보수적인 보디빌딩도 변화의 물결은 피할 수가 없나보다.
잡설이 길었는데, 암튼 이런 운동 유튜버중에 예전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인물이 있는데, 도끼의 트레이너로 알려진 '대니조'라는 트레이너다. 벌써 구독자 20만에 이르는 꽤 큰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몸도 좋으면서 다양한 운동 꿀팁은 물론, 본인만의 독특한 식이요법인 케토 다이어트(저탄고지) 방법론도 설명하고 있는 유튜버다. 그냥 처음 봤을 땐 서글서글한 인상에,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교포 출신이 주는 본토의 신뢰감(?)에다가 말도 친근하게 잘 하고 무엇보다 몸이 꽤 좋아서, 유튜브 채널 초창기부터 상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인물이다. 솔직히 국내 레전드 빌더들의 다소 딱딱한 영상보다 더 호감이 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한 영상을 보고 나서 그러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본인이 도핑에 걸린적이 있다는 영상이었다. 설마 어그로겠지.. 했는데 내용은 정말로 내추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복용했다가 도핑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그 영상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래도 끝까지 스테로이드를 하지는 않았다는 걸 강조하면서 자신이 복용한 SARM이라는 보충제는 스테로이드와는 다르다고 하는 거였는데, 솔직히 이 때부터 난 약간은 '대니조 안티'로 돌아서게 됐다.
아니 SARM이 대체 언제부터 약물이 아니었다는건지...? 보충제 샵에서 버젓이 파니까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건데, 원래 처방없는 스테로이드의 소지와 판매는 불법이 맞고, SARM의 구매 자체가 불법은 아닌 건 맞다. 근대 보디빌딩 대회를, 그것도 내추럴 대회를 나간다는 사람이 SARM을 도핑에 걸리는지 모르고 나갔다는 건 그 어떤 이유를 대도 쉴드가 불가한 부분이다. (아직도 금지약물 복용자 박태환을 아름다운 청년으로 여기는 나라이니.. 구구절절 핑계를 대면 쉴드가 되긴 하나보다) 어쨌든 그렇게 HALL OF SHAME에도 오른 사람이 꿀팁이라며 운동 방법을 전파한다는걸 난 일단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사실 탑 빌더들 중 약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건 수치가 말해주듯 기정사실인 부분이다. 오죽 도핑에 많이 걸렸으면 전국체전에서도 퇴출, 이제 보디빌딩은 작년부터 시범종목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그래서 약물에 대해서 난 최소한 걸렸으면 아닥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컨닝으로 시험봐온 사람이 쪽집게 과외하는 꼴이라니.. 암튼 그런 편견은 둘째치고 운동 영상의 퀄만 놓고 봐도, 그닥이다.
변칙적인 운동법만 모아놓은, 요란한 영상들이 많다. 당연히 변칙적이니까 처음 본 사람들은 그게 신기하고, 그래서 이목을 끌 수밖에 없고, 구독자와 조회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초반에 했던 약물 고백 영상은 잊혀져가는 듯 하다.
헬스의 기본을 지키자고만 하면 사실 지루하니까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고중량으로 정확히 타깃 근육에 고립을 해야하는데, 이를테면 부분반복만으로 근육을 키울 수 있다던지, 슈퍼세트나 컴파운드세트로 조질수 있다는 등의 얘기라던지, 단거리 전력질주가 유산소에 최고라던지, MMA선수들이 하는 로프 흔들기가 최고라는 둥, 그냥 헬창이 한번씩 삘받을 때 하는 운동이 마치 꿀팁인양 설명하고 있다. 원래 삘받을 때 꼴리는대로 운동하면 펌핑 잘 온다. 그런데 그건 운동을 제대로 해서가 아니다. 이게 습관되선 안된다.
그래도 몸이 좋으니 넘어가고 싶지만, 이것도 또 약의 힘을 빌렸다고 자꾸 생각하니, 그마저도 인정이 안된다. 그럼 대니조를 신나게 까기만 하는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튜버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바로 마케팅 능력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이목을 잘 끈다는 거다. 나도 벌써 이사람을 까면서도 꽤 관심있게 봐오고 있지 않은가. (열폭은 아니다. 내추럴이면 인정하고 로이더이면 비난할 뿐이다) 운동만 해온 외길인생 헬스인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잘 어필한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깨와 이두가 좋다는 걸 본인도 아는지 이 부분을 자주 올린다. 기독교인으로 추정되는, 아주 성실한 삶의 태도에 대한 글귀 또한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려서 일반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항상 감사합니다.. 와 같은 구절)
게다가 유명 유튜버,셀럽들과의 합방 영상을 많이 올리는 등, 마케팅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향력에 대한 과시라고 할까. 이로 인해 운동 전문가로서의 포지셔닝도 강화하고..
이런 요소들이 대니조를 성공적인 유튜버로 만든 요인들이다. 그냥 약물로 까는건 까는거고,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은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뭣보다 신념이 참 강한 사람인 것 같다. 기본을 강조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유명인의 영향력을 쉐어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그러면서 자주 소통하고, 이런 모습이 운동인보다는 마케터로서 존경할만 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대니조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식이에 대한 부분. 한 평생 고단백 식이를 하다가 갑자기 식이를 바꾸니 뭔가 몸에 반응이 오는 것 같겠지만, 아직 케토 전도사라고 하기에는 본인 몸에 적용한 기간이 너무 짧지 않는가. 이제 한 2년됐나? 내가 케토를 잘 몰라서 뭐라할 건 아니지만, 전도사가 되기에는 절대적인 기간이 좀 부족한 듯 하다. 간'혈'적 단식을 하면서 한 끼에 몰아서 고지방식을 폭식하면서 몸을 유지하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더 적응되고 본인에게도 아무 문제가 없으면 전도해도 좋지 않나 싶다.
성공하는 유튜버가 되기 위한 테크는 이런거다! 를 보여주는 대니조. 조금 더 운동 영상만 노멀한 것, 기본적인걸로 올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케토 식이는 조금 더 본인이 오래 해 보고 올려주면 좋겠다.
이상. 인게이지~ 형 간다~
[모든 사진 출처 : 대니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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