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스포츠보다 '상성'이 중요한 스포츠 종목인 종합격투기에서 '무결점'의 파이터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커리어 내내 전승을 달리다가도 단 한 번의 큰 패배를 당할 경우 바로 랭킹에서 밀려나기도 하는 이 격투기 판에서 말이다. 30년도 채 되지 않은 현대 종합격투기 역사상 '극강' 또는 '무적'이라고 불리우는 파이터는 있었어도 '무결점' 파이터라고 불릴만한 선수는 아직까지는 단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조르주 생 피에르(일명 GSP)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이 파이터는 81년생으로 올해로 40이 되었다. 물론 이미 찬란한 업적을 쌓고 3년전에 최종적으로 UFC 미들급 챔피언이 된 채로 은퇴를 해서, 박수칠때 떠나는, 커리어 쌓기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피에르가 한창 웰터급 챔피언으로서 절대강자 이미지를 굳힐 당시에는, 정말이지 그 어떤 선수를 붙여놔도 GSP가 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었다. 어느것 하나 못하는 게 없어서였다. 초창기 시절 원래는 가라데 스타일의 타격가였는데, 점점 종합격투기에 걸맞는 레슬링 실력을 갖춰서, 오히려 이제는 레슬러 유형으로 분류되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선수가 되었다. 채형도 호리호리한 체형에서 목이 두꺼운 장사형 체형으로 탈바꿈을 했다.
암튼 현대 격투기의 가장 베이스를 이루는 레슬링 실력이 특급이고, 원채 타격은 킥과 펀치 모두 잘 썼던데다가 태클 방어 또한 수준급이고, 웰터급에서는 키도 적당한 편(178)에 리치는 긴 편(190)이다 보니, 사실 GSP를 얘기할 땐, 어디하나 빠질 데가 없는 무결점의 웰라운디드 파이터로 분류를 한다. 이 때문에 P4P 1위도 여러번 했었다.
과거 앞서 효도르가 그랬고 프랭크 샴락이 그랬듯, 그들도 완성형의 무결점 파이터라고 불렸지만, 효도르는 삼보를, 샴락은 관절기를 주특기로 했었다. 이들은 타격도 수준급이긴 했지만, 현대 MMA에서 가장 중요한 레슬링이 극강이 아니다보니, 하위 포지션을 자주 내 주곤 했었다. (반면 요즘 극강으로 불리는 하빕은 전략 따위는 무시한 듯 너무 극강인 레슬링으로 밀어붙여 약간 치트키를 쓰는 느낌이다. 분명 하빕도 무결점이긴 한데 뭔가 스타일이 스마트하진 않아보이고, 왠지 극강의 타격가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렇다)
사기급 신체와 체력에 레슬링, 서브미션, 타격 이 세 가지 모두가 상급인 선수가 GSP말고 또 있었나... (하빕 말고..)
암튼 GSP의 이런 스타일에 더해서 그는 누구보다도 더 지독한 노력파였다.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바로 노력하는 천재. 혹자는 맷세라에게 당한 깜짝 1패가 그를 이런 노력파로 만들었다고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나이에 첫 챔피언에 등극하고, 정말 전혀 질 것 같지 않은 상대에게 KO를 당하고 나서(맷휴즈를 그렇게 잡고 바로 맷세라에게 KO당하는 건 뭔..) 그 이후 매 경기를 정말 이를 갈고 준비했고, 그 후에는 무려 웰터급 방어전만 10연승을 하는 전설적인 기록으로 웰터를 싹 다 정리해버렸으니.. 정말 그 독한 노력만큼은 존경할 만한 부분이다. 5년동안 10번의 챔피언십을 치루면서 한 번도 지지 않은 파이터.. 메이웨더처럼 수비형이 아닌, 압박으로 이뤄낸 성과이니 정말 대단하다. 레슬링 개비기로 지루하다는 평도 종종 있었지만, 그는 결코 뒤로 물러서는 법은 없었다.
딱~ 한 가지 이런 완벽한 GSP에게는 합리적인 의심이 따라붙는데, 바로 약물이다. 물론 수많은 검사 결과가 모두 클린했으니, 공식적으로 그는 클린한 선수이다. 그런데 일부 훈련 장면에 너무나도 복부가 팽창되고 젖꼭지가 도드라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 것은 약물 사용을 의심할 만 하다. 그리고 너무 빠른 시기에 지방 증가 없이 체격이 커진점도 의심스럽기는 하다. UFC가 워낙 약물 적발자들이 많아서 섣불리 누굴 존경한다고 하기 겁나지만(개인적으로 로이더는 종목 불문, 개사기꾼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으니, 약물이 의심될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낸 선수라고 해 두자. 정말 개인적으로 생피에르만큼은 진짜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말고 클린하게 남았으면 좋겠다.
캐나다의 스포츠 영웅이자, UFC 두 체급 챔피언인 조르주 '러쉬' 생 피에르. 비록 끝까지 앤더슨 실바와 붙지는 않았지만 그게 더 현명했다. 그래서 지금 무결점이라고 불리는지도 모른다. 암튼 이보다 더 완벽한 MMA 커리어는 다시는 없을 것이니, 혹 큰 돈이 된다해도 코너 맥그리거 도발에 넘어가서 수퍼 파이트 이런것 하지 말고, 그보다는 지금처럼 몸관리 꾸준히 잘 해서 후배 양성 및 자기 사업 잘 해나가길 바란다. 인스타를 보면 지금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데, 괜히 나이먹고 약물 같은거 해서 말년에 팬들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상필아 레전드로 남아다오~
[모든 사진 출처 : GSP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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