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수 많은 명문 MMA 체육관들이 많다. 그만큼 여기서 배출된 레전드 파이터들도 많다. 그들 대부분은 미국 또는 주짓수의 본고장인 브라질 출신들이다. 명실상부 현대 종합격투기의 중심은 미국이다. 입식 타격으로 본다면, 킥복싱 레전드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며, 대회가 많고 저변이 넓은 나라는 일본이다. 레슬링은 미국, 유도는 일본이 최강국이고 삼보는 러시아가 최강이다.
이런 면에서 아일랜드라는 나라는 사실 격투기에 있어서는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러한 격투기 변방인 아일랜드에서 배관공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 격투가가 UFC 챔피언에 오르며, 2018년에 기준, 전세계 운동선수 수입 4위에 오를만큼(그당시 3위가 호날두) 현재까지도 격투기 역사에 한 획을 그어오고 있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코너 맥그리거이다.
이 선수를 처음 본 게 UFN 59에서 킥복서인 데니스 시버를 타격으로 KO시킬 때 였다. 그 당시 데니스 시버가 페더급 치고 꽤 몸도 큰데다 킥도 정확해서 시버가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호리호리한 체격의 맥그리거가 그걸 그냥 타격으로 발라버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막상 케이지에서는 맥그리거가 키도, 덩치도, 리치도 모두 우세했고 타격도 훌륭했었다. 그 후로 체드맨데스도 잡고, 그 다음에는 많이들 알다시피 극강이라 불리던 챔피언 조제알도를 8초만에 KO시키고 UFC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코너의 격투가로서의 특징은, 일단 타격가이다보니, 기본적으로 경기에 KO가 많아서 매 경기가 화끈하고 재미있다는 점에 있다. 경기가 재미있다보니 자연스레 파이트머니도 높게 책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케터로서의 능력도 탁월해서 경기가 성사되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경기전날까지 마치 프로레슬러를 연상케 하는 도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한다. 맥그리거를 말할 때면,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걸 더욱 돋보이게하는 마케팅 능력을 더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그 마케팅력을 배가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마인드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경기가 잡힌 날이면 경기 후의 애프터 파티를 미리 잡고 홍보를 하는데, 처음에는 난 이게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경기가 질 수도 있는데 뭔 깡으로 파티를 미리 예약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맥그리거가 SNS에 올리는 포스트들을 보면,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머릿속에 그리거나 하지 않고, 이미 경기 전부터 이긴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자신이 KING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고, 아직 시작도 전에 이미 너를 이겼다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자신감도 이런 자신감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실제로 계속 승리가 이어지다보니 점점 맥그리거의 말은 행동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점점 사람들은 맥그리거가 하는 말을 결코 허풍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맥그리거의 시합과 동시에 애프터파티가 공지되는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여긴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그리는 '승리자 마인드'가 맥그리거를 정상에 올려놓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내가 뱉은 말과 행동에 맞게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그런..
한가지 재미있는점이 그가 무명시절 그의 여자친구에게 난 꼭 성공할테니 이제 돈쓸 준비나 하라고 했다면서 여친이 이사람 정신나간 사람 아닌가 생각했다는데, 그 시절을 함께한 그 여친은 지금 맥그리거의 아내로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조제알도전 이후 체급을 월체해서 네이트디아즈에게 패하기도 하고, 메이웨더에게 도전해서 TKO 당하기도 하고, 하빕에게 발리기도 하는 등 언행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간에 라이트급 챔피언을 하면서 역대 세번째 두체급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고, 현재도 세로니를 꺾고 라이트급 왕좌에 도전하고 있는, 여전히 경쟁력있는 상위급 랭커다.
지금은 본업인 격투가보다 위스키와 의류사업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느라 격투가로서의 소식이 자주 들려오지는 않지만, 훈련은 꾸준히 해오고 있는 중이다. 차 자랑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은 듯.. 확실히 나이를 좀 먹더니 행동이 진중해진 듯 하다.
아무튼 코너맥그리거를 단순히 매력있는 격투가, 격투기 악동 그 이상으로 만들어준 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의 마인드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맥그리거는 은퇴하고 나면 강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격투기 변방에서 뭣도 아닌 평범한 남자가 이미 챔피언인것처럼 행동하고 실제로 그걸 이뤄냈는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하면 잘 할 것 같은 생각이다.
몸값이 어마어마하니까 강연 표값도 비싸겠지만, 그의 그런 마인드는 거금을 들여서라도 배울 가치가 있다고 본다. 코너 맥그리거의 마케팅 능력도 참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마인드는 정말 닮고 싶다. 난 이미 이뤄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난 승리자다. 난 챔피언이다. 이렇게 매일 되뇌이며 살아왔던 아일랜드 남자. 자기 확신의 대명사 코너 맥그리거.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모든 사진 출처 : 코너맥그리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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