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비즈니스/자기개발 카테고리의 인기 유튜버인 자청이라는 유튜버가 추천한 책 중 하나인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책을 읽었다. 자청이 본인 채널의 영상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게 있는데, '뇌'에 대해서 알면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는 곧 사업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자청의 추천 책 중 하나라서 읽게된 것이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왜 뇌에 대해서 내가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막 읽고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뇌'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 좀 딱딱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막상 읽어보니 단순히 좌뇌,우뇌,전두엽 하는 생물학적 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 그렇지. 사람의 심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
이에 대해서 알게 되면 확실히 사업에도, 인간 관계에도 확실히 더 좋을 것이란 건 자명하다. 그런데 책 제목 자체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라니, 너무 어려운 제목인 것 같다.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라, 제목만 보고는 결코 내가 스스로 택해서 읽을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제목이다. 이런 어그로 없는 제목의 표지를 넘기고 목차를 훑어보니, 꽤 재밌는 내용들이 많은 책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마케팅을 심리학으로 풀어냈고, 이 심리학을 얘기하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는 게 전체적인 책의 구조이다.
책의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런지, 책에 소개된 사례들이 유럽과 미국의 사례가 많았다. 포르쉐와 폭스바겐은 각각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포지셔닝을 하는지? 독일 맥주회사들은 각 회사의 타겟 고객별로 광고와 제품 디자인, 슬로건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고객별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례가 많아서 책의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책에서는 끝까지 일관되게, 저자가 체계화한 '림빅(Limbic)'이라는 심리 유형 분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객별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업을 떠나서 사람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다른 심리학 책에서는 사람의 유형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크게 보기에, 공격/지배형 그리고 안정형 정도의 상반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곤 하는데, 여기에서는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 '뇌'를 기준으로 하여 뇌가 지배 시스템, 자극 시스템, 균형 시스템의 세 가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며, 이게 곧 림빅 시스템이라고 일컫고 있다. (림빅에 ® 마크가 붙은 걸 보면, 저자가 이걸 림빅이라고 네이밍한 듯) 그래서 이 세 가지 시스템의 3사분면에 사람들이 걸쳐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배 유형이 강하면서도 자극 유형을 일부 갖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뭐든지 일단 돌진하는, 약간 상남자 스타일이고, 자극 유형이 강한 사람들은 창조적인 면이 강한 예술가 타임의 사람. 여기선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었다. 균형 유형이 강한 사람은 전통적이고 규율을 중시하는 약간은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들을 말한다.
단어만 봐도 알겠지만, 지배와 균형은 상반되는 느낌의 단어로, 이 두 유형이 겹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자극 유형은 지배와 균형 어디나 교집합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듯 하다.
이 유형으로 고객을 분류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어느 구조에 넣을지 정하고 전략을 세우면 된다는 얘긴데, 만약 내가 포르쉐 기업의 오너라면, 포르쉐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니까 당연히 자극 유형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 911같은 차의 성능과 속도를 강조한 광고와 슬로건으로 사람들에게 마케팅해야 한다는 것이고, 만약 포르쉐가 판매 전략을 수정해서 균형시스템에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고 싶다면, 가족과의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을 약속하는 안전한 차, 즉 스포츠카나 세단이 아닌 카이엔같은 SUV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광고도 가족이 나와서 장거리여행을 하는 그런 광고가 되겠지. 물론 그럴수록 자극 이미지로서의 포르쉐는 점점 희석되게 되는 거고. (스포츠카 얘기는 책에 나온 얘기지만 카이엔은 그냥 내가 하는 말임)
이런식으로 림빅시스템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도 사람의 뇌 구조를 제대로 알게 되는 거고,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게 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의 무의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우리의 행동은 무의식의 결과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쇼핑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계획 쇼핑의 비중은 3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평생을 소비활동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디에 가서 무엇을 구매할 때, 원래부터 그걸 사고싶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날의 기분, 그날 아침 만난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날의 그 상점의 분위기, 그날 있던 점원의 친절함, 결제 당시의 결제가 이루어지는 속도, 결제 방법의 편리함 등과 같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무의식적인 잠재적인 요소들의 조합으로 소비가 이루어진다.
그렇다. 사실은 이러한 '장치'들에 영향을 받아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채, 커피를 마시려면 스타벅스로, 햄버거를 먹을 떈 펩시가 아닌 코카콜라를 달라고 하며, 신발을 사러가면 식상하다고 하면서도 꼭 나이키 매장을 젤 먼저 들리는 것이다. 무의식. 사람은 이성보다는 이런 무의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정말 나도 몰랐던 내용이고, 설사 이 내용을 안다고 해도(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쇼핑할 때 내리는 나의 선택은 충동적이다. (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느새 정해진 패턴대로 쇼핑을 하고 있다. 여전히) 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내 뇌 속 깊은 곳을 나도 모르게 자극하는 요소들. 이것의 존재에 대해서 안 것 만으로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결국,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제품과 서비스만이 기억에 남는다는 게 결론이다. 논리적인 게 사람을 설득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건 이모셔널해지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본능적인 심리를 자극하라는 말이다.
상당히 실용적인 내용이 많은 책으로, 한번 더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여행을 떠나보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꼭 사업을 하지 않아도 좋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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