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보는 리얼 스포츠 예능 - 핸섬 타이거즈

요즘 금요일 밤마다 나를 설레이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의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인데, 사실상 예능의 포맷을 한 농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국내 최고 농구선수 중 한 명인 서장훈이 감독으로 농구 좀 한다는 연예인들을 모아 훈련시키면서 아마추어 리그에 도전한다는 스토리인데, 그동안 이런 리얼 스포츠 예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핸섬타이거즈는 그런 프로그램들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연예인들이 정말 진심을 다해 훈련하고 전술을 익히고, 마치 프로농구선수처럼 경기를 뛰는 것을 보면, 이건 예능 프로가 아니라 그냥 여느 프로 농구팀이 팀을 빌드업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요즘 이 프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감독이 된 것 마냥 몰입이 되버리고 만다.

 
이런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JTBC에서 하는 <뭉쳐야 찬다>가 있다. 이 뭉찬의 경우, 타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이 축구에 그야말로 처음 도전하는 내용이라 어느정도 한계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고, 정형돈, 김성주 등의 전문 방송인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진지한 리얼 스포츠 예능이라기 보다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버라이어티 예능에 더 가깝다. 반면 핸타는 농구 좀 하는 연예인들이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하다보니, 이 프로그램 이후 뭉쳐야찬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 진지함이 더욱 떨어져 보인다. 그냥 런닝맨이나 무한도전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핸섬타이거즈에 빠져드는 요소가 세 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는 진짜 농구선수들이 하는 농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한 리얼함이다. 리그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연습경기 모습과 전술을 시험하는 모습, 실제 용병선수 뽑듯이 하는 트라이아웃, 실제 선수들이 할 법한 강도의 체력훈련 모습이라던지.. 이런 실제 농구인들이 접할 만 한 장면들이 나오니, 농구의 세세한 속까지 파헤쳐 보는 느낌이라서 흥미가 더욱 생긴다.

 
두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서장훈을 비롯한 방송인들의 프로그램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이다. 뭐 서장훈이야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농구에 있어서만큼은 장난없이 해왔던 걸 알기에 어느정도 진지할 것으로 예상은 했는데, 이 프로에서는 정말 프로농구단 감독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줘서 놀랐다. 선수시절 약간 욱 하는 성격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프로를 보면서 그게 괜히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고, 선수들에 거는 기대가 누구보다 커서 그런 엄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가끔 농구를 보다보면 감독들이 엄청 소리지르는 걸 보면서 성질 참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를 통해 경기를 하는 과정을 보면, 서장훈정도면 정말 보살이라고 느껴진다. 암튼 서장훈의 코칭과 감독으로서의 리더십은 정말 멋있더라.

그리고 줄리엔강이나 서지석이야 원래 다른 농구 프로에도 많이 나와서 농구 잘 하는 걸 알고 있었고, 이번에 문수인이라는 친구를 주목해서 보게되었다. 선출이라고 의심할만큼 잘 하다보니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 특히 아마추어 경기인데도 보통 경기당 30점씩은 넣을만큼 공격도 선수급이지만 수비 또한 수준급으로 잘 한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문수인이라는 친구가 가장 핫해질 것 같다.

 
세번째로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조이의 모습 때문에 이 방송을 챙겨보게 된다. 그냥 얼굴만 예쁜 아이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열심이어서 놀랐다. 특히 성격이 이렇게 서글서글한지 몰랐다. 마치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의 한 줄기 비타민같은 존재이다. 핸섬타이거즈에서의 조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같이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이렇게 상큼한 매니저가 꽤나 진지하게 선수 분석과 감독 지시 이행부터 해서 선수 개개인의 몸상태 체크까지 정말로 빼지 않고 열심히 하더라. 아마 문수인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 끝나면 정말 이미지 호감될 연예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잘 기획되고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도 12회를 마지막으로, 그것도 아니라면 한 두 주 정도만 더 하고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아마추어 조별리그 1승2패 조 2위로 6강전에 올라간 상황인데, 여기서 아마 6강전 첫 시합에서 져서 끝이 바로 나는 듯 하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 시합을 해야하는 것도 더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겠지만, 아마도 선수들의 피로감도 누적이 되었을 것이고, 사실 1승을 했다는 건 솔직히 할만큼 한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있다. 프로그램의 진정성도 보여주는 것이고, 결과물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지 않은가. 그래서 이정도에서 마치고 시즌2를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부분인, 사람들의 농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게 되었다는 점은 정말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효과가 아닌가 싶다. 나같은 시청자의 가슴속에 뭔가가 끓어오른다고 해야할까. 서장훈이 처음 의도했던, 한국 농구에 큰 선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조금은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암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핸섬 타이거즈가 멋진 마무리를 하고 역대급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 SBS 핸섬타이거즈 네이버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