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참 아쉬웠던 것이, 우리나라는 뭔가 한 가지가 유행을 하면, 너무나 쉽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따라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트렌드에 민감해서 뭐 외국 디자이너들은 한국을 신상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내게는 칭찬보다는 냉소로 보인다. 그만큼 사람들이 하나가 유행하면 우수수 따라한다는 얘기니까. 그게 과연 좋은 것인가 싶다. 개성이라고는 없는...
그런 와중에 간혹 외국 패션 잡지들에 나와있는 패피들을 보면 참 우리나라의 패피들보다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점이, 우리나라에선 한물 간 패션인데 멋지게 소화한다는거다.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서양, 특히 유럽 쪽에는(주로 이태리 남자들일것이다) 나이든 사람들도 아직도 좀 헐렁하게 걸쳐입는 바지를 많이들 입는다. 내가 요즘 좀 관심있게 보고있는 지롤라모 판체타도 그렇고, 루즈핏이나 배기핏의 정장을 자주 입고, 특히 캐주얼은 확실히 항아리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루즈한 스타일로 입었다간.. 이건 뭐 납득이도 아니고.. 언제적 루즈핏이냐고 손가락질 할 게 분명하다. 물론 지롤라모만큼 키와 얼굴이 되면 괜찮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바지 너무 내려입은거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정작 본인들은 하나같이 슬림핏에 발목 보이는 슬랙스 일색이면서 말이지...
하지만 잘 입으면 사실 항아리핏만큼 편한 게 또 없다. 그리고 옷이 편하면 행동이 자유로워지고, 그러면 마음도 편해지고 자신감도 더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리바이스의 엔진 570 진청을 하나 구매했다.
엔진은 뭐.. 길게 말하면 입아픈 전설적인 청바지이고, 입체적인 핏이 특징인 청바지이고,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루즈핏에 딱 들어맛는 핏이다. 완전 힙합까지는 아니면서 적당히 헐렁하고 밑단은 좁은 배기핏. 이걸 스니커즈에 잘 매치해 입으면 난 너무 멋지던데..
암튼 지난번 30사이즈로 블랙을 샀다가 사이즈가 너무 커서 이번에는 28로 샀더니 잘 맞는다.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인치가 크게 나왔다.
색감은 딱 진청, 소재는 약간 셀비지 느낌인데 더 부드럽다. 약간 스판끼가 있어 상당히 신축성이 있다.
역시나 기장은 30이 딱인듯.. W28 L30이 딱 아킬래스건까지 온다. 이게 딱이다. 사실 29가 퍼펙트인데.. 뭔 리바이스는 깡으로 사이즈를 2단위로 출시하는지.. 장사 이렇게 할 건지... 내가 애정하는 리바이스지만 이런점은 아쉽다.
지퍼부분도 버튼 플라이로 클래식함을 +1 더했고, 뭐 전체적으로는 항아리핏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 여기서 더 헐렁하면 그건 이제 힙합이다.. 딱 이정도 루즈함이 적당하다.
암튼 블랙진에 이어 이번에 진청까지 구매함으로서, 항아리 스타일의 진을 두 개나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구장창 이 바지만 입으면 그것도 좀 그럴 것이가에 적당히 단정한 핏도 구비할 것이다. (왜냐면 와이프가 루즈핏을 극혐해서.. 이 바지 언제 갖다버릴지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유행만 쫓는 패션보다 본인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유행을 따라하는건 쉽다. 하지만 옷은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남들 하는대로 똑같이 하는건 좀 멋이 없지 않나 싶다. 청바지 하나를 입어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입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탑골패션이라 사람들이 놀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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