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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썬코뉴어 아비새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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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내가 제주도에 갔다오면서 '썬코뉴어'라는 앵무새를 한 마리 들여왔다. 코뉴어라는 앵무새 종류 중에서도 강렬한 노란색 깃털 때문에 '썬'이 붙어서 썬코뉴어라고 한다는데, 정말로 털 색이 어쩜 그리 샛노란지... 컬러풀하다. 그렇게 화려한 새 한마리와의 동침이 시작됐다. 새장도 구비하고 이런저런 놀잇감도 넣어주는 등, 지금 우리 가족과 동침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름은 '사랑이'라고 지었는데, (추사랑 따라한거 아니고)유치원생 딸이 그냥 그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별 의미없이 사랑이로 부르게 되었다. 썬코뉴어는 기본적으로 앵무새라서 조금만 훈련시키면 금방 말도 따라한다고 들었는데, 맨날 아침 저녁 '사랑아~'를 외쳐주는데도 꽥~ 거리기만 할 뿐 아직까지 말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어디서 들었는데 앵무새의 IQ가 30 정도라고 하는데, 새가 30이면 준수한 편 아닌가? 그래서 말도 따라하고 하는건가...

 

암튼 아직 말은 하지 못하는 사랑이지만, 의사 표현은 매우 잘 한다. 생활 패턴도 우리집에 길들여졌는지, 아침에는 일어나고 낮에 낮잠자고 저녁에 놀다가 밤에는 잔다. 7살 우리 딸과 패턴이 매우 비슷하다. 동물들은 원래 야행성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밤에 어두운 곳에서 몰래 슥 관찰하면 눈꺼풀이 막 감길려고 하다가 어느새 보면 사람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새가 원래 이렇게 졸았던가?

 

그리고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사정없이 꽥꽥거리는데, 밥을 주라는 신호다. 썬코뉴어의 아침은 보통 해바라기씨와 국수 가락 및 각족 곡물로 구성된 썬코뉴어 전용 사료가 있는데, 이걸 베이스로 해서 여기에 아몬드와 호두 등을 섞어서 주곤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웅큼 주고 나면 조금 먹다가 이내 부리로 모이통을 다 해집어 놓는다. 목이 마르다는거다.

 

 

 

 

 

 

 

 

그런데 분명 물을 새로 갈아줬는데, 새로 갈아준 물도 잘 먹지 않는다.

 

그렇다.

 

사과를 달라는거다.

 

참, 이 노란 앵무새 녀석이 우리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랑 사과갖고 먹을것 경쟁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사과 하나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진짜 사과 애호가인데, 항상 사랑이한테 먼저 사과를, 그것도 껍질까지 깎아서 잘게 토막내서 먼저 주고 남은걸 내가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물론 나는 견과류도 좋아하는데, 견과류야 뭐.. 이미 내가 2순위인지는 좀 됐다.  여튼 그렇게 사과를 썰어주면 한 발로 움켜쥐고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아주 얄밉게(?) 먹는다. 근대 그렇게 사과를 주면 좀 한동안 조용해지니, 아무래도 사과 주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새인데 그냥 좀 오래된 사과라던지 껍질채 사과를 주면 안되냐고? 안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싱싱하지 않으면 잘 먹질 않는다. 그리고 껍질은 알아서 안먹고 다 발라낸다. 그리고 아무래도 애완조이다보니, 굳이 농약이 남아있는 껍질을 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언제부턴가 가장 싱싱한 사과를 잘 깎아서 주고 있다. 애조인들도 새한테 주는 거는 씻어서 주라고 한다. (물도 깨끗한 물 자주 갈아주라고.. 그래서 정수기 물만 주고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에 올려놓고 계단 오르기 놀이도 하고 가슴도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고 머리에도 올려놓는 등, 마치 강아지랑 놀아주는것 처럼 잘 놀아줬는데, 몇 달 지나더니 점점 사람 손길을 거부하고 지금은 혼자 놀고 있다.

 

 

 

 

 

 

 

썬코뉴어가 새 치고 정말 애교가 많은 종이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강아지처럼 막 접촉이 많다거나,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거나 하기가 어렵다보니, 한동안 좀 혼자 두었는데 그 환경에 적응이 되버린건지 이제는 손가락을 갖다대면 물려고만 하고 오지를 않는다. 난 처음에는 자꾸 만지는게 스트레스일까봐 걍 내버려두자는 주의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귀찮아서 그런것도 있었다. 그랬던 걸 지금에 와서는 조금 후회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자주 만져주고 먹이도 주고 하면서 정서적으로 친해졌어야 하는건데, 지금은 걍 꽥 하고 소리지르면 밥 갔다주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

 

아무튼 혼자노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정말 귀엽다. 특히 마시라고 준 물그릇에 머리 담그고 발 담그면서 물장난 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막상 큰 대야에 물 떠다주고 들어가라고 하면 안들어가는데, 그 조그만 물그릇에 들어가서 장난치는 걸 보면, 진짜 애교부리는 것 같고, 강아지 애교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를 키우면 새똥과 새냄새 걱정을 한다. 나한테도 사람들이 집에서 냄새 안나냐고 하는데, 정말 놀라울정도로 냄새가 단 1도 나지 않는다. 새 비린내같은건 없고, 새똥도 전혀 냄새가 안난다. 새 한 마리가 싸봤자 얼마나 싼다고, 새장을 일주일에 한 두번정도 갈아주는데, 똥이 좀 모여도 냄새는 거의 없다. 워낙 새똥 양이 적어서 악취랄것도 없고, 새도 지정된 장소 외에는 그리 쉽게 똥을 안 싼다. 냄새는 솔직히 냄새를 느껴본 적이 없다. 냄새로 따지자면 개인적으로는 개한테서 나는 비릿한 개냄새가 사실은 제일 심하고, 똥은 고양이 똥냄새가 제일 심한 것 같다. 나도 개를 키워봤지만, 개는 냄새보다도 털이 더 문젠데, 새는 털빠질 일도 거의 없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게, 새가 날라가버리면 어떻게 하냐는건데, 사실 애완조는 분양할 때 날개뼈를 제거해서 분양을 한다. 잔인하지 않냐고? 나도 처음에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차피 애완용 동물 아닌가. 강아지 거세하는 거나 꼬리 자르는거랑 다를게 없다. 키우지 않을거면 몰라도 키우려면 제거는 무조건 하고 키워야 한다. 가정에서 날개있으면 어디에 날라가서 사고가 날 지 모르고, 날개있는채로 새장안에 가둬서 키우는게 더 잔인한 것 같다. 그리고 날개를 완전히 없애는게 아니라 긴 뼈만 제거하는거라서 단거리 활주는 가능하다.

 

 

 

잘보면 자고 있닼ㅋㅋ

 

 

 

그동안 애완조 썬코뉴어의 아비새로 몇 개월을 지내왔는데, 새끼는 방치한 채 내 할일만 해온 불량아비였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애완조 커뮤니티에서 보면 막 어깨 위에 올려두고 잠도 같이 잔다는데, 그렇게 하기까지 매일같이 아이컨택, 이름 불러주기 훈련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나도 옷 속에 넣어두고 다닐 정도가 되려면 사과깎아서 바치는 것 이상으로 애정을 담아 훈련을 해야겠다. 

 

자유롭게 내 몸 위에 올라오는 단계가 되기까지 훈련 또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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